경상북도 울진군 후포면에 위치한 후포항 비렁길은 동해안의 장엄한 일출과 조용한 어촌 마을, 그리고 해안 절벽길이 어우러진 감성 트레킹 코스로, 최근 여행자들 사이에서 숨은 힐링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비렁’은 벼랑을 뜻하는 방언으로, 후포항 비렁길은 동해의 벼랑길을 따라 이어지며, 바다와 하늘, 그리고 어촌의 일상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특별한 길이다. 이번 글에서는 후포항 비렁길의 역사, 코스별 특징과 난이도, 전망 포인트, 탐방 팁, 교통, 준비물 등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을 담아, 울진 트레킹의 매력을 소개한다.
후포항과 비렁길의 역사적 배경
울진 후포항은 예로부터 동해안의 대표적인 어항으로, 대게잡이 철이 되면 수많은 어선들이 정박해 붉은 대게를 가득 싣고 돌아오는 풍경이 장관을 이루었다. 후포항의 ‘비렁길’은 해녀들과 어부들이 미역과 다시마를 채취하거나 낚시를 위해 다니던 벼랑길로, 바닷가를 따라 형성된 자연 그대로의 길이었다. 최근 울진군은 이 길을 안전하게 정비하여 누구나 걸으며 동해의 절경을 체감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로 만들었다. 후포항 비렁길의 가장 큰 매력은 해가 뜨는 아침 시간대,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붉은 해와 함께 시작되는 하루의 감동이다. 길을 걷다 보면 소나무 숲길과 해안 절벽길이 번갈아 이어지는데, 숲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 소리와 발아래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하루의 스트레스를 씻어주는 듯하다. 특히 후포항 비렁길은 울진대게축제, 후포항 등대, 그리고 죽변항과 연계해 방문하기 좋으며, 조용히 걸으며 동해의 사계절을 느끼기에 완벽한 장소이다.
코스별 특징과 탐방 팁
후포항 비렁길은 경북 울진의 후포항을 중심으로 조성된 해안 트레킹 코스로, 동해안의 청량한 풍광과 더불어 어촌 마을 특유의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숨은 명소이다. 총 4km에 이르는 이 길은 크게 세 구간으로 나뉘며, 완주 시 약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난이도는 전체적으로 무난한 편이나, 중간중간 해안 벼랑길이 포함되어 있어 적당한 긴장감과 도보의 리듬을 제공한다.
제1구간은 후포항 방파제에서 등대공원까지 약 1km의 초급 코스로, 정비가 잘 된 데크길로 이루어져 있어 도보 초보자나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탐방객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이 구간에서는 후포항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과 등대, 그리고 동해 수평선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어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새벽 시간대나 해질 무렵에는 항구 전체가 은은한 빛에 물들어,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과 함께 풍경을 감상한다면 그 자체로 힐링이 되는 구간이다.
제2구간은 등대공원에서 해맞이공원까지 약 1.5km의 중급 코스로, 전체 비렁길 중 가장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이 구간은 숲길과 해안 절벽이 교차하며, 발밑에는 자갈과 나무뿌리, 때때로는 돌계단이 나타나 트레킹의 묘미를 더한다. 특히 이 구간의 ‘일출 전망대’는 후포항 비렁길의 백미로, 해가 떠오르는 순간 수평선 너머 붉게 물드는 하늘과 반짝이는 바다가 어우러져 장엄한 감동을 선사한다. 일출 시간대에 맞춰 방문하면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이 명소에서 잊지 못할 장면을 담을 수 있다. 등대공원부터 이어지는 이 길에는 쉼터와 안내 표지판이 잘 마련되어 있어 길을 잃을 걱정도 없다.
제3구간은 해맞이공원에서 후포항 북쪽 방파제까지 약 1.5km의 초급 구간으로, 긴 트레킹을 마무리하기에 최적의 여유로운 산책길이다. 소나무숲이 양옆으로 펼쳐진 이 길은 특히 늦가을부터 초겨울 사이, 은은한 햇살과 함께 걸으면 마치 시간도 함께 천천히 흐르는 듯한 기분을 준다. 자갈이 깔린 완만한 길은 걷기 편하고, 트레킹화가 아니더라도 운동화로도 부담 없이 이동할 수 있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다.
비렁길 완주를 계획하고 있다면 몇 가지 팁을 숙지해두는 것이 좋다. 첫째, 걷는 길이 길고 노출 구간이 많기 때문에 트레킹화, 모자, 바람막이, 자외선 차단제는 필수이다. 여름에는 해풍이 강하고 햇빛이 직사로 내리쬐므로 수분 보충이 중요하며, 겨울에는 방풍 기능이 있는 옷차림이 적합하다. 둘째, 전체 구간 내에 별도의 매점이나 편의점이 없으므로 물과 간식은 반드시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간단한 에너지바, 견과류, 초콜릿 등이 좋다. 셋째, 일출을 감상하고자 한다면 동이 트기 전 최소 30분 전에는 등대공원 또는 일출 전망대에 도착할 수 있도록 시간 계획을 짜야 한다.
또한 후포항 공영주차장은 무료로 이용 가능하지만, 대게축제나 성수기에는 혼잡하므로 대중교통 이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울진터미널 또는 후포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차 후 도보로 접근이 가능하며, 여행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후포항 주변의 횟집이나 대게거리에서 식사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 특히 트레킹 후 대게라면이나 대게탕 한 그릇은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줄 만큼 든든하고 따뜻한 만족감을 준다.
후포항 비렁길, 기억에 남을 한 걸음
후포항 비렁길을 걷는 동안, 걷는다는 행위 자체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삶의 여백을 채워주는 깊은 사유의 시간이 될 수 있음을 느꼈다. 마주한 동해 바다는 말없이 넉넉했고, 바람은 시원하게 가슴을 열어주었으며, 절벽 아래로 부서지는 파도 소리는 마치 오랫동안 듣고 싶던 나만의 위로 같았다. 아침 일출을 맞이하며 본 수평선 위 붉은 태양은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듯했고, 등대 위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보던 순간은, 내 인생의 방향도 함께 비춰주는 것만 같았다.
이 길은 누구와 함께 걷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연인과 함께 걷는다면 사랑의 깊이가 더해질 것이고, 가족과 함께라면 감사와 평화가 함께할 것이다. 혼자 걷는다면 나 자신과 진지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선물받게 될 것이다. 후포항 비렁길은 그만큼 사람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묵직한 감동을 전하는 길이다.
여행은 때때로 일상을 벗어나 잠시 멈춰보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그 잠깐의 멈춤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나를 만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를 얻게 된다. 후포항 비렁길은 그런 용기를 부드럽게 이끌어주는 곳이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나’를 잊고 지냈다면, 이 길을 한 걸음씩 걸으며 나 자신을 다시 찾아보길 바란다.
언제든 다시 찾고 싶은 길. 바람과 파도, 소나무와 햇살이 말없이 위로해주던 그 길. 후포항 비렁길은 누군가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