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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고래불 비렁길, 동해의 낭만과 역사를 걷는 해안 트레킹

by sion201201 2025. 7. 24.

영덕 고래불 비렁길 관련 사진

 

경상북도 영덕군 병곡면 고래불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고래불 비렁길은 동해의 드넓은 바다와 해송 숲길, 그리고 벼랑 위 데크길이 어우러진 영덕 대표 해안 트레킹 코스이다. ‘비렁’은 벼랑을 뜻하는 방언으로, 고래불 비렁길은 해안 절벽을 따라 조성된 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찔함과 해방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번 글에서는 고래불 비렁길의 역사, 코스별 특징과 난이도, 전망 포인트, 탐방 팁, 교통, 준비물 등 전문가적인 내용을 담아 영덕 트레킹의 진수를 소개한다.

고래불의 역사와 비렁길의 탄생

영덕 고래불 해변은 조선시대부터 이름난 명승지였다. ‘고래불(鯨窟)’이라는 이름은 고래가 많이 서식하던 곳이라는 설과, 해안의 바위굴 모양이 고래처럼 생겼다는 설이 전해진다. 과거 이 비렁길은 어부들과 주민들이 미역, 다시마, 전복 등을 채취하거나, 마을과 마을을 오가던 생활로였다. 최근 영덕군은 이 길을 정비해 누구나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해안 트레킹 코스로 재탄생시켰다. 고래불 비렁길의 가장 큰 매력은 끝없이 펼쳐진 동해의 수평선과 바다 위를 스치는 해풍, 그리고 벼랑 아래로 부서지는 하얀 포말이 만들어내는 절경이다. 길 초입부터 끝까지 데크길, 숲길, 벼랑길이 이어지며, 해송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결은 걷는 내내 상쾌함을 더한다. 특히 일출 시간대에는 붉게 물든 바다와 해송 숲이 어우러져 한국 동해안 트레킹 중 가장 낭만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코스별 특징과 탐방 팁

경북 영덕에 자리한 고래불 비렁길은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해안 트레킹 코스로, 바다와 숲, 벼랑이 어우러진 조용한 사색의 길이다. 전체 길이는 약 2km이며, 왕복으로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난이도는 초급에서 중급 수준으로, 대부분 데크길이지만 일부 경사진 구간에서는 트레킹화를 착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코스는 고래불해수욕장을 기점으로 시작되며, 초입은 완만한 데크길로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오른편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동해가 함께하고, 걸을수록 해풍이 뺨을 스치며 여행자의 마음을 열어준다. 이 구간은 특히 일출 시간대에 찾으면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걷는 특별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중간 지점에는 ‘고래불 전망대’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기암괴석과 해안선, 수평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뷰포인트로, 동해의 푸른 빛과 해안 지형이 어우러진 장면은 사진으로도 담기 어려운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맑은 날엔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경계가 흐려져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하며, 잔잔한 파도 소리가 고요한 위로처럼 들려온다.

전망대를 지나면 숲길과 벼랑 구간이 이어진다. 해송이 병풍처럼 둘러싼 이 숲길은 솔향으로 가득하며,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과 바닷바람이 어우러져 걷는 이에게 깊은 평온을 선사한다. 이 구간은 다소 경사가 있는 흙길과 바위길이 섞여 있어 걷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좋으며, 중간중간 마련된 쉼터에서 잠시 멈춰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짧은 거리에도 불구하고 고래불 비렁길은 다양한 풍경과 감성을 담고 있어, 길이 아닌 이야기를 따라 걷는 느낌을 준다. 걷는 동안 동해의 시원한 내음, 벼랑 아래로 부서지는 파도 소리, 숲의 조용한 숨결이 온몸으로 느껴지며, 하나의 명상처럼 다가온다.

탐방 시 유용한 팁도 함께 기억해 두면 좋다. 첫째, 트레킹화는 필수이다. 데크길 외의 구간에서는 낙엽이나 이슬, 자갈로 인해 미끄러질 수 있어 발목 보호에 유의해야 한다. 둘째, 해풍이 강한 겨울철에는 방풍재킷, 장갑, 목도리 등 보온 장비를 철저히 준비해야 하며, 일출 감상을 원한다면 새벽 5시 이전에는 도착하는 것이 좋다. 셋째, 중간에 음료나 간식을 구매할 수 있는 상점이 없으므로 출발 전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트레킹 후에는 고래불해수욕장 인근 식당가에서 영덕의 향토 음식을 즐겨보는 것도 추천한다. 대게탕, 가자미조림, 회덮밥, 물회 등은 이 지역만의 신선한 맛을 자랑하며, 걷고 난 후 허기진 몸에 깊은 만족감을 선사한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인근의 블루로드 B코스와 연계해 하루 일정을 구성해 보는 것도 알찬 선택이다. 고래불 비렁길은 그렇게 짧지만 깊고 단단한 인상을 남기는 길이다.

고래불 비렁길, 바다가 들려주는 이야기

고래불 비렁길을 걸으며 가장 크게 다가온 감정은 ‘묵묵함’이었다. 바다는 쉼 없이 밀려와 부서지고, 해송은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고요했다. 그 누구도 말하지 않지만, 모든 풍경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단단하고, 조용하지만 강한 자연의 목소리였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수평선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파도는 마치 오래된 기억처럼 끊임없이 되돌아왔다. 바다를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내면 깊은 곳에서 조용히 떠오르는 감정들이 있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감정들이야말로 우리가 자연과 연결되어 있음을 증명해준다.

숲길을 걷는 동안, 바쁘게만 흘러가던 일상의 리듬이 느려지고, 머릿속이 서서히 비워진다. 매 순간을 판단하고 결정하느라 지쳐 있던 마음이, 자연 속에서는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고래불 비렁길은 바로 그런 길이었다. 말없이 나를 비추고, 조용히 다독이며, 묵묵하게 용기를 건네주는 길.

이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누구에게나 다르게 다가간다. 어떤 이는 위로를 받고, 어떤 이는 다짐을 하며, 또 어떤 이는 단순히 쉼을 누린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이 길을 걷고 난 후에는 마음속에 작은 변화가 자리잡는다. 그것이 바로 고래불 비렁길이 주는 선물일 것이다.

동해의 푸르름을 안고, 해송의 그림자를 밟으며 걸었던 그 길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삶이 지치고 무거울 때, 우리는 다시 그 길을 떠올릴 것이다. 고래불 비렁길은 그렇게,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우리의 삶 속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