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속초시와 고성군 경계에 위치한 설악 비렁길은 설악산의 웅장한 능선과 동해의 푸른 수평선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독보적 트레킹 코스이다. ‘비렁’은 벼랑을 뜻하는 방언으로, 설악 비렁길은 해안 벼랑과 설악산 자락을 따라 이어지며, 숲길과 해안길을 함께 걸을 수 있는 희소성을 지닌다. 이번 글에서는 설악 비렁길의 역사, 코스별 특징과 난이도, 전망 포인트, 탐방 팁, 교통, 준비물 등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적인 내용을 담아, 속초 트레킹의 진수를 소개한다.
설악 비렁길의 탄생과 역사적 가치
설악 비렁길은 설악산 자락과 동해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길로, 과거에는 어부들과 산촌 주민들이 왕래하던 생활로였다. 특히 속초 장사동 해안과 고성 문암진리 해안을 잇는 이 길은, 동해의 바닷바람과 설악산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바람이 교차하며 독특한 기후를 만들어낸다. 최근 강원도와 속초시는 이 길을 정비하여 누구나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트레킹 코스로 개발하였다. 설악 비렁길의 가장 큰 매력은 동해 수평선과 설악산 능선이 동시에 펼쳐지는 이중 절경이다. 길 초입부터 끝까지 숲길, 벼랑길, 데크길이 번갈아 이어지며, 곳곳에 설치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이 길은 사계절 모두 각기 다른 풍광을 자랑한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 여름에는 짙푸른 숲과 바다, 가을에는 단풍과 억새, 겨울에는 설산과 청명한 동해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설악 비렁길은 걷는 순간마다 자연이 전하는 위대함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코스별 특징과 탐방 팁
설악 비렁길은 강원도 속초의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특별한 트레킹 코스로, 동해의 시원한 바다 풍경과 설악산 국립공원의 숲길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전체 길이는 약 6km로, 크게 2개 구간으로 나뉘며 코스 전체를 완주하는 데는 평균 3시간에서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이지만, 해안 벼랑길과 숲길이 번갈아 나타나며 적당한 긴장감과 경이로운 풍경을 동시에 선사해준다.
제1구간은 장사동 해변에서 외옹치항까지 약 2.5km에 이르는 초급 코스로, 시작부터 트레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경치가 이어진다. 이 구간의 초입은 부드러운 데크길과 완만한 숲길이 교차하며, 바다와 숲의 향기가 공존하는 느낌을 준다. 숲속을 걷다 보면 어느새 나무 사이로 푸른 동해가 펼쳐지고, 바다 위로 햇살이 부서지는 풍경은 걷는 이의 시선을 멈추게 한다. 도보 구간은 폭이 넓고 안전하게 정비되어 있어, 트레킹 초보자나 가족 단위 방문객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
외옹치 전망대에 이르면 속초항의 정경과 청초호의 잔잔한 수면, 그리고 멀리 펼쳐진 설악산 능선이 어우러져 파노라마처럼 시야를 채운다. 특히 이 구간은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 방문하면 안개와 노을이 함께 어우러지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휴식 공간과 벤치가 잘 마련되어 있어, 전망대에서 잠시 멈춰 서서 속초 시내와 자연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이처럼 제1구간은 무난하면서도 풍경이 아름다워, 설악 비렁길의 입문 구간으로 적합하다.
제2구간은 외옹치항에서 문암진리 해변까지 이어지는 약 3.5km의 중급 코스로, 본격적으로 설악 비렁길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해안 벼랑길이 많아지며, 길이 좁아지는 구간도 있으나 나무 데크와 난간이 설치되어 있어 비교적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숲길과 벼랑길이 번갈아 이어지는 만큼 코스는 단조롭지 않으며, 각기 다른 풍경이 나타나 걸을 때마다 새로움을 느끼게 한다.
이 구간의 핵심은 ‘설악비렁 전망대’다. 전망대에 서면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위로 동해의 푸른 바다가 밀려오고, 동시에 설악산의 웅장한 능선이 겹쳐져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일출 시간대에는 태양이 바다 위로 붉게 떠오르는 장면과 동시에 설악산의 봉우리들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자연의 극적인 감동을 전해준다. 사진작가나 풍경 애호가들에게는 최고의 촬영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문암진리 해변은 코스의 종점으로, 부드러운 백사장과 소나무 숲이 조화를 이루는 조용한 해변이다. 트레킹을 마친 이들이 간단히 휴식을 취하거나 바다에 발을 담그며 여유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이다. 또한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아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에도 적합하며, 걷는 내내 느꼈던 사색의 여운을 정리하며 천천히 마무리하기에 좋다.
설악 비렁길 완주를 위한 탐방 팁도 몇 가지 있다. 첫째, 코스 전 구간은 자연 보호 구역이기도 하므로 탐방로 외 이탈은 삼가야 하며, 쓰레기를 되가져오는 등 기본적인 탐방 에티켓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트레킹화, 모자, 바람막이, 자외선 차단제, 충분한 물과 간식은 필수 준비물이다. 중간에 상점이나 음료 구매 장소가 없기 때문에 특히 여름철에는 수분 보충이 중요하다.
셋째, 겨울철 방문 시에는 설악산 인근 특유의 찬 바람과 기온에 대비해야 한다. 체감온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으므로 방한 장비를 철저히 준비해야 하며, 일출 감상을 목적으로 이른 아침에 출발할 경우에는 아이젠이나 미끄럼 방지 장치도 필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설악 비렁길은 설악산 국립공원과 인접해 있어 트레킹 후 곧장 설악산 소공원,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오르거나 울산바위까지 연계 탐방이 가능하다. 또한 속초 중앙시장과 가까워 오징어순대, 닭강정, 물회 등 강원도 대표 별미를 맛보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면 완벽한 속초 여행 코스가 완성된다. 자연, 걷기, 음식, 사색이 어우러진 설악 비렁길은 단지 '풍경을 걷는 길'을 넘어, 마음을 걷는 치유의 여정이 된다.
설악 비렁길, 그 길 위에서 배운 것들
설악 비렁길을 걷는 시간은 단순한 이동이나 운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 자신과 마주하는 깊은 대화의 시간이자, 자연의 웅장함 앞에서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귀한 경험이었다. 걷는 내내 바람은 거칠지 않게 나를 스쳐갔고, 숲길과 해안절벽 사이로 불어오는 동해의 공기는 때로는 차갑고 때로는 따뜻하게 나를 감쌌다. 파도는 쉼 없이 절벽을 두드리며 존재를 증명했고, 그 소리는 마치 아무 말 없이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 속삭이는 위로 같았다.
초입의 데크길에서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작되었지만, 외옹치 전망대에 이르러 설악산의 능선과 속초의 바다를 동시에 바라보는 순간, 그 풍경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장엄함으로 다가왔다. 마치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하나의 인생처럼 느껴졌다. 순탄한 길이 있다가도, 예고 없이 가파른 오르막이 나타나고, 그 뒤에는 반드시 다시 펼쳐지는 평온한 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문암진리 해변에 가까워질수록, 처음보다 발걸음은 느려졌고, 오히려 걸음 하나하나가 더 귀하게 느껴졌다. 걷는 동안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수많은 생각들과 자문들—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앞으로의 길은 어디로 가야 할까—그 질문들은 어느새 조용히 정리되어 마음속 한켠에 가라앉았다. 자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 안에서 스스로의 해답을 찾고 있었다.
설악 비렁길은 웅장하지만 위압적이지 않고, 조용하지만 무심하지 않다. 그 길은 내게 말한다. "너도 괜찮다. 지금의 속도도, 지금의 모습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그 말 없는 위로는 사람으로부터 듣는 어떤 말보다도 깊고 오래 남는다.
앞으로 삶이 복잡해지고 마음이 흐트러질 때면, 나는 이 길을 다시 떠올릴 것이다. 그때의 바다, 그때의 바람,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산등성이와 나무 사이로 스며들던 햇살까지. 그 모든 요소가 모여 나에게 조용한 울림을 주었고, 그것이 지금까지도 내 안에 남아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설악 비렁길은 내게 있어 '한 번의 여행'이 아닌, '삶의 방향을 재정립하는 하나의 장'이었다. 나도 자연처럼 묵묵히, 그러나 단단히 살아가야겠다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걷겠다고 다짐했다. 그 다짐을 품고 이 길을 떠났고, 나는 이전보다 조금 더 단단해져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