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장호리에 위치한 장호항 비렁길은 동해의 에메랄드빛 바다와 기암괴석, 아기자기한 어촌 풍경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해안 트레킹 코스로, ‘한국의 나폴리’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한다. ‘비렁’은 벼랑을 뜻하는 방언으로, 장호항 비렁길은 해안 벼랑 위를 따라 이어지는 둘레길이다. 이번 글에서는 장호항 비렁길의 역사, 코스별 특징과 난이도, 전망 포인트, 탐방 팁과 교통, 준비물 등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적인 내용을 담아, 삼척 트레킹의 진수를 소개한다.
장호항의 역사와 비렁길의 탄생 배경
삼척 장호항은 동해안에서도 손꼽히는 청정 어항으로, 조선시대부터 삼척과 울진, 영덕을 오가는 배들이 닻을 내리던 중요한 항구였다. ‘한국의 나폴리’라는 별칭은 장호항 앞바다의 에메랄드빛과 아기자기한 어촌 풍경이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와 흡사하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장호항 비렁길은 과거 어부들과 해녀들이 미역과 다시마, 전복을 채취하기 위해 다니던 해안 벼랑길을 기반으로, 삼척시가 안전하게 정비하여 누구나 걸을 수 있는 둘레길로 조성하였다. 비렁길은 장호항 방파제에서 시작해 용화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약 3.5km 코스로, 동해의 기암괴석과 해안 단애가 만들어내는 장엄한 풍광을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다. 길 위에서는 장호항 마을과 맑은 바닷속까지 비치는 투명한 물결, 그리고 수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해가 뜨는 아침 시간대는 바닷물에 반사된 붉은 빛이 길 전체를 황홀하게 물들이며, 이곳이 왜 ‘삼척의 보석’이라 불리는지를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장호항 비렁길은 바닷가와 숲길, 절벽길이 번갈아 이어져 트레킹의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코스별 특징과 탐방 팁
삼척 장호항 비렁길은 한국 동해안에서 보기 드물게 천혜의 절경과 잘 정비된 해안 트레킹 코스를 동시에 갖춘 길로 손꼽힌다. 전체 코스는 약 3.5km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전체 구간을 완주할 경우 대략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도보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적당한 난이도와 풍경의 조화로 높은 만족도를 제공한다.
제1구간은 장호항 방파제에서 출발해 장호해변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약 1km 거리의 코스로, 초급 난이도에 해당한다. 시작점부터 시야를 사로잡는 것은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동해 바다의 풍경이다. 방파제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인공 구조물이 끝나는 지점에서부터 비렁길 특유의 데크 산책로가 시작되며, 이 구간은 가족 단위나 트레킹 입문자에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길이다. 곳곳에 쉼터와 안내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어 방향을 잃을 염려도 없다.
제2구간은 장호해변 전망대에서 용화해수욕장까지 약 1.5km로, 전체 코스 중 가장 핵심적인 구간이라 할 수 있다. 난이도는 중급으로 분류되며, 벼랑과 숲길이 교차하는 지형을 따라 조심스럽게 걷게 된다. 경사가 심한 부분에는 나무계단과 난간이 설치되어 있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으며, 자연의 소리를 가까이서 들을 수 있는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중간 지점에 위치한 ‘용바위 전망대’는 사진 명소로 유명하며, 날씨가 맑은 날에는 수평선까지 선명하게 보이고,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며 일으키는 물보라가 장관을 이룬다. 이 지점은 장호항 비렁길 전체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머무르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제3구간은 용화해수욕장에서 용화마을로 이어지는 약 1km 구간으로, 다시 초급 난이도로 돌아오며 여유롭게 마무리할 수 있는 구간이다. 이 길은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모래길과 소나무 숲길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앞서 걷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이완시켜준다. 숲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바닷바람은 마치 자연이 건네는 격려처럼 다가오며, 트레킹의 피로를 잊게 만든다.
전체 코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몇 가지 팁도 함께 정리해두는 것이 좋다. 첫째, 장호항 비렁길은 날씨에 따라 해풍이 강하게 불 수 있으므로, 방풍 기능이 있는 바람막이와 챙이 넓은 모자, 자외선 차단제는 필수로 준비해야 한다. 둘째, 코스 중간에 마땅한 매점이나 상점이 없기 때문에 충분한 생수와 간단한 간식을 미리 준비해 가야 한다. 특히 중간 지점인 제2구간은 중급 난이도이며, 에너지 소모가 크므로 간단한 초콜릿이나 에너지바 등을 챙기는 것을 권한다.
셋째, 장호항은 트레킹 외에도 스노클링 명소로 잘 알려져 있어, 트레킹 후 여유가 있다면 해양 액티비티를 함께 즐겨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된다. 여름철이면 장호항의 투명한 바닷속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해양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되므로 여행 일정에 맞춰 계획해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대중교통 이용 시 삼척시외버스터미널에서 장호항까지는 버스로 약 40분 정도 소요되며, 자차 이용 시에는 장호항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접근성이 좋다. 특히 성수기에는 주차장이 빠르게 만차가 되므로 오전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다.
삼척 장호항 비렁길에서 느낀 여운
삼척 장호항 비렁길을 걷는 시간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이 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가 아무 말 없이 말을 건네는 듯한 느낌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동해의 푸른 바다와, 그 바다를 굽어보는 기암절벽의 단단함, 그리고 그 위를 걷는 나 자신 사이에서 불현듯 묵직한 감정이 밀려왔다. 이 길은 혼자 걷기에도 좋고, 누군가와 함께 걷기에도 좋은 길이다. 함께 걷는다면 서로의 침묵이 오히려 위로가 되고, 혼자 걷는다면 나 자신과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된다.
특히 용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수평선 너머로 해가 저물어가는 풍경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붉게 물든 하늘과 점점이 떠 있는 어선들, 바위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그리고 바람결에 흩날리는 머리칼까지, 모든 순간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선명하게 기억된다.
장호항 비렁길은 길의 구조나 경치뿐만 아니라, 그 길을 걷는 이들의 마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누군가는 휴식을 얻고, 누군가는 다짐을 하며, 또 누군가는 잊고 있던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삶의 속도에 지쳐 잠시 멈추고 싶을 때, 혹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마음을 정리하고 싶을 때, 이 길은 조용히 당신의 곁에 있어줄 것이다.
떠나는 발걸음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건, 그만큼 좋았다는 증거다. 장호항 비렁길은 언젠가 다시 돌아오고 싶은 길로, 또 누군가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길로 마음속에 남는다. 당신도 언젠가 이 길을 걷게 된다면,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를 들으며 당신만의 속도로, 당신만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