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에 위치한 비렁길은 다도해의 청정한 바다와 웅장한 해안절벽, 그리고 역사적 스토리가 어우러진 독특한 트레킹 코스이다. ‘비렁’은 벼랑을 뜻하는 전라도 방언으로, 이름 그대로 절벽 위를 걷는 길이다. 거문도는 조선시대부터 근대사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으며, 비렁길은 섬 주민들의 생활로 시작된 길을 탐방로로 정비한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거문도 비렁길의 역사, 코스별 특징과 난이도, 완주 팁, 교통편과 준비물 등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정보를 담아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모두에게 유익한 탐방 가이드가 되도록 구성하였다.
거문도와 비렁길의 역사적 배경
거문도는 전라남도 여수시 삼산면에 속하는 섬으로, 본섬인 거문도와 동도, 서도, 고도 등 작은 부속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선시대에는 일본과 중국, 조선을 잇는 중계무역의 거점 역할을 했고, 1885년에는 영국 해군이 러시아 남하를 견제하기 위해 2년간 불법 점령한 ‘거문도 사건’으로도 유명하다. 비렁길은 이러한 거문도의 역사 속에서 주민들이 미역, 다시마, 해산물을 채취하고 마을 간 이동을 위해 다니던 생활로였다. ‘비렁’은 벼랑을 뜻하는 방언으로, 절벽 위를 걷는 길이라는 뜻이다. 2014년부터 여수시가 탐방로를 정비해 누구나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트레킹 코스로 개방하였다. 거문도 비렁길의 가장 큰 특징은 다도해의 드넓은 바다와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 그리고 울창한 난대림의 조화이다. 봄에는 동백꽃과 진달래, 여름에는 짙푸른 해송림, 가을에는 억새, 겨울에는 파도치는 청량한 바다가 사계절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길 위에는 영국군이 사용하던 등대, 포진지 유적, 거문도 거석문명 등 역사 자원이 함께 있어 트레킹 이상의 경험을 준다.
코스별 특징과 완주 팁
거문도 비렁길은 총 2구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구간은 거문항에서 시작해 서도 선착장까지 약 4km 거리로, 난이도는 초중급이다. 탐방로는 초입에 완만한 시멘트길과 숲길이 이어지며, 이후 바닷가 절벽 데크길과 돌계단길이 교차한다. 이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거문도 등대’로, 영국 해군이 점령 당시 설치한 등대가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어 역사적 의미가 깊다. 등대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와 해안절벽의 풍경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제2구간은 서도 선착장에서 서도해변, 용굴, 삼호교를 거쳐 다시 거문항으로 돌아오는 약 3.5km 순환 코스이다. 이 구간은 초급 난이도로, 용굴 전망대에서 보는 바위굴과 옥빛 바다는 탐방객들에게 신비로운 감동을 준다. 또한 해안데크길과 숲길, 작은 마을길이 이어져 지루할 틈 없이 다양한 풍광을 선사한다. 완주 팁으로는 첫째, 거문도행 배편은 여수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1~2편만 운항하므로 반드시 예매할 것. 둘째, 섬 내 숙소는 민박 형태가 많으니 숙박 예약을 사전에 완료할 것. 셋째, 트레킹화, 스틱, 바람막이, 모자, 선글라스를 기본으로 준비하고, 넷째, 길 중간에 식당이나 매점이 거의 없으므로 충분한 물과 간식을 챙길 것을 권장한다. 다섯째, 등대 입장시간을 미리 확인하여 트레킹과 관람 일정을 효율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문도 비렁길, 걷는 이에게 남는 깊은 울림
거문도 비렁길은 단순한 해안 트레킹 코스가 아니다. 그 길 위에는 섬 주민들의 삶의 애환과 근대사의 굴곡, 그리고 다도해가 선사하는 장엄한 자연이 함께 녹아 있다. 걸음마다 마주하는 절벽과 바다는 우리의 일상 고민을 사소하게 만들고,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용기와 평온을 깨워 준다. 이번 주말, 여수 거문도로 떠나보자. 절벽 위를 걷는 스릴과 역사적 사색, 그리고 다도해의 청명한 바람이 당신의 삶을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